• 13 7월 16

    [화제인터뷰] 비타민D 전도사 임대순 박사

    “한국인에 특히 비타민D 필요”

    글 : 하주희  月刊朝鮮 기자

     

    • 한국과 미국에서 위장내과 전문의로 활동하는 임대순 박사
    • “비타민D 혈중농도와 대장암 발병률은 반비례 관계”
    • “현재의 비타민D 권장복용량은 미국에 사는 백인 기준, 한국인에 맞는 복용량 제시돼야”임대순
    •  58세. 연세대 의과대학 졸업. 同 대학 석·박사, 美킹드루(King-Drew) 메디컬센터에서
    • 내과 전문의 과정 수료.
    •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소화기내과 교수, 국군서울지구병원 청와대 의무실 내과과장 역임.
    • 現 LA 연세메디컬클리닉 원장.
    • 저서: 《태양을 삼켜라》.
    임대순 박사는 암을 예방하는 데 비타민D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하는 의사 중 한 명이다.

    디자이너 앙드레 김, 무쇠팔이라 불렸던 투수 최동원(崔東原), ‘광화문 연가’를 쓴 작곡가 이영훈, 《울지마 톤즈》의 이태석 신부, 하나같이 한 시대를 빛냈던 이들에게서 한 가지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바로 ‘대장암’이다. 이들은 모두 대장암으로 인해 생을 마감했다.

    국가암정보센터의 2011년 통계를 보면 대장암은 위암 다음으로 한국인에게 흔한 암이다(갑상선암 제외했을 때). 최근 10년 사이 발병률이 2배 이상 급증했다고 한다.

    위암 다음으로 흔한 대장암

    지방을 많이 섭취하고 운동을 잘 안 하는 생활습관을 대장암의 발병 원인으로 흔히 지목한다. 여기에 더해 ‘비타민D’ 부족이 대장암 발병의 원인 중 하나라는 주장이 최근 의학계에서 나오고 있다.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위장내과 전문의 임대순 박사도 비타민D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사람이다. 지난 9월 한국에 잠시 들어온 임 박사를 만나 비타민D와 대장암의 관계에 대해 들어봤다.

    임 박사는 현재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병원을 운영 중이다. 연세대 의대에서 학위를 받았고, 세브란스병원에서 내과 소화기내과 전문의, 연세대 의대 소화기내과 교수를 역임했다. 현재 연세대의료원 암센터 원장인 정현철(鄭賢哲) 박사가 그의 동기다. 학교를 나와 개원의로 활동하던 임 박사는 미국으로 이민을 갔다. 미국에서 다시 위장내과전문의 과정을 거쳤는데, 바로 이때 비타민D에 관심을 갖게 됐단다. 임 박사의 설명이다.

    “2008년쯤이었어요. 미국에서 위장내과 전공의로 있는데 한 흑인 위장내과 교수의 강의를 듣게 됐어요. 미국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흑인 야구선수 사진을 보여주더라고요. 이렇게 건강했던 사람이 50세도 안 돼 대장암으로 죽었다, 흑인들은 백인들보다 대장암에 많이 걸리고 뒤늦게 알아채는 경우가 많다면서요.

    흑인들의 암 유병률 통계를 자세히 살펴보니까 더 의문이 들었습니다. 아프리카에 사는 흑인보다 미국에 사는 흑인이 대장암에 걸릴 확률이 월등히 높은 거예요. 아프리카에 사는 흑인들은 인구 10만 명당 4명꼴로 대장암에 걸리는데 미국에 사는 흑인들은 인구 10만 명당 69명이 대장암에 걸리는 겁니다. 같은 주에 살아도 북쪽의 추운 지역에 사는 사람이 남쪽의 따뜻한 지역에 사는 사람보다 대장암 유병률이 더 높았고요.

    도대체 같은 지역에서 비슷한 생활습관을 갖고 살고 있는데 단지 인종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대장암에 걸리는 확률이 달라지는 이유가 뭘까, 인종이 같은데도 사는 지역의 기후가 다르다는 이유로 대장암 발병률이 다른 건 또 왜일까, 연구해 보니 그 원인은 결국 비타민D였습니다.”

    —인종별로 혈중 비타민D 농도가 다른 이유가 뭔가요?

    “비타민D는 다른 비타민과 다릅니다. 음식에 들어 있지 않아요. 햇볕을 쬐면 피부에 있는 콜레스테롤이 자외선에 의해 파괴가 되면서 비타민D가 생성됩니다. 사실 인류는 지구상에 존재한 이후 100만 년간은 하루에 10시간 이상 햇빛을 봤습니다. 비타민D가 부족한 적이 없었던 거죠. 지금은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하루에 한두 시간 햇빛을 보는 게 정상적인 상황입니다. 농부나 어부 같은 분들을 제외하면요. 자연스럽게 비타민D 부족현상이 오는 겁니다.

    조상들이 원래 살던 지역에서 이동해서 살았다는 점도 고려해야 합니다. 흑인들이 왜 피부가 까만 줄 아십니까. 아프리카 대륙같이 자외선이 센 환경에서 살았기 때문에 피부가 까매진 겁니다. 멜라닌 색소가 자연적인 선블록(Sun Block) 기능을 하는 거죠. 백인들은 햇빛을 많이 받기 위해 하얘진 겁니다. 그러니까 똑같은 햇빛 아래 같은 시간 서 있어도 흑인과 백인의 혈중 비타민D 농도가 다릅니다. 흑인이 상대적으로 농도가 낮지요. 인종별 혈중 비타민D 농도를 조사해서 입증된 사실입니다.”

    피부색 따라 비타민D 합성능력 달라

    흔히 ‘치맥’이라고 불리는 치킨과 맥주, 회식 자리의 단골 메뉴인 삼겹살과 소주를 자주 먹으면 대장암에 걸릴 가능성이 높아진다. 지난 7월 대구에서 열린 ‘치맥 페스티벌’에 참가한 사람들.

    —비타민D가 대장암 발생률과 관련이 있는 이유가 뭔가요.

    “우선 대장암에 걸리는 이유를 이해해야 비타민D가 어떻게 대장암을 예방하는지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기름진 음식을 먹으면 거기에 들어 있는 동물성 지방이 우리 몸의 천연 소화제인 담즙 분비를 촉진하게 됩니다. 분비된 담즙의 일부는 2차 담즙산이 되어 대장 내 박테리아에 의해 독성물질, 발암물질로 변화해 세포를 파괴하고 유전자를 변화시킵니다.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 대장암에 걸리는 거죠.

    비타민D는 간에서 담즙이 만들어지는 것을 억제합니다. 그리고 담즙이 소장에서 더 많이 흡수되도록 돕습니다. 담즙산이 소장을 거쳐 대장까지 내려가 2차 담습산이 만들어지는 것을 근본적으로 억제하는 거죠. 그뿐이 아닙니다. 비타민D는 대장에서 기왕 만들어진 2차 담즙산과 결합해 종양을 일으키는 발암 유전자를 없애고 유해산소를 무력화해 세포핵 내의 DNA가 돌연변이가 되지 않도록 막습니다.

    외국의 연구자가 대장암 세포 내에 비타민D를 투여하는 실험을 한 적이 있습니다. 48시간이 지나니까 발암물질이 세포에서 쫓겨나고 대장 세포가 정상으로 변화했다는 결과가 보고됐어요. 비타민D가 대장암을 예방하는 것뿐만 아니라 이미 발병한 암이 악화되는 걸 막을 수도 있다는 거죠.

    실제로 실험용 생쥐에게 실험을 해보기도 했습니다. 사람의 대장암 세포를 쥐에게 주사해 대장암에 걸리게 한 후, 두 개의 군으로 나누어 한쪽에만 충분한 양의 비타민D를 투여했습니다. 비타민D를 충분히 공급받은 생쥐들의 몸 안에서는 대장암 세포가 자라지 못했어요.”

    한국보다 먼저 선진국병 경험한 美교포

    —한국에 사는 한국인과 미국에 사는 교포들 사이에도 암 발병률의 차이가 있나요?

    “2006년에 《미주한국일보》가 캘리포니아에 사는 한인들의 암 발병률을 분석한 적이 있어요. 1998년부터 2002년 사이의 통계였죠. 당시 미국에 사는 한인들에게 가장 빈번히 발생한 암이 대장암이에요. 2위가 유방암, 3위가 위암이었어요. 그런데 한국 사람은 원래 대장암보다 위암에 더 잘 걸리거든요. 미국에 있는 한인들이 한국에서 사는 한국인보다 대장암에 더 많이 걸리는 이유가 무엇일까 고민하다 생활습관에서 그 답을 찾았어요. 이민 1세대들에게 미국 사회 적응은 쉽지 않았을 겁니다. 언어 때문에 의사소통 문제도 있었을 것이고, 문화가 다르기도 하고요. 1세대들은 전문직보다 세탁소, 수퍼마켓, 생선가게 같은 곳에서 일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언어 문제 때문이었죠. 언제나 바쁘게 살다 보니 식사도 햄버거나 피자로 간단하게 해결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거기에 실내에서 하루종일 일하다 보니 햇볕을 쬘 시간도 없었겠죠. 결국 고지방 위주의 음식 섭취와 비타민D 부족 때문에 대장암이라는 ‘선진국 암’에 본국에 있는 한국인보다 더 빨리 노출된 거죠.”

    —흔히 가족력이라고 하는 유전적 요인도 암 발병의 주요 원인 중 하나라고 하는데 비타민D로 예방이 가능한가요.

    “유전적 요소로 인해 발병하는 유전적 대장암으로 두 가지를 들 수 있어요. 첫 번째는 가족성 선종성 용종증입니다. 젊은 여성 환자가 저희 병원을 찾은 적이 있습니다. 이 아가씨는 자기 아버지가 40세에 대장암으로 돌아가셨고, 자기도 몇 년 전에 대장 내시경 검사를 받았더니 대장에 수백 개의 용종이 있었다는 거예요. 이런 가족의 경우에는 10대 이후에 수백 개, 수천 개의 용종이 대장에 생길 수 있어요. 이 용종이 대장암으로 변할 위험성이 크기 때문에 10~12세부터 대장 내시경 검사를 정기적으로 받아야 합니다. 대장암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 싶으면 대장 자체를 절단할 수도 있습니다. 적극적 예방 조치인 거죠.

    두 번째로는 ‘린치증후군(Lynch syndrome)’이라는 게 있어요. 제가 만난 환자 중의 한 명은 아버지가 대장암에 걸렸고, 가족 중에 신장암, 자궁내막암 같은 암에 걸린 사람이 여러 명 있었어요. 린치증후군으로 진단하고 위와 대장 내시경 검사를 했어요. 린치증후군은 DNA 손상을 복구하는 유전자가 이미 유전적으로 파괴된 상태라 후천적으로 여러 원인에 의해 DNA가 손상을 입어도 이걸 회복시키지 못하는 일종의 유전질환입니다. 그 결과 가족 내에 암 환자가 많은 거죠. 구체적으로는 1, 2차 가족, 즉 부모와 부모의 형제 중에서 3명 이상 암이 있으면 린치증후군을 의심해 볼 수 있습니다.

    만약 가족 중에 암 환자가 많다면 의사와 상의해서 20대 때부터 대장 및 위 내시경 검사를 받는 게 좋아요. 유전적으로 대장암에 걸릴 가능성이 높은 환자라 해도 일찍부터 비타민D를 복용하면 당연히 예방 효과가 있습니다.”

    유전성 대장암에도 효과 있어

    대장암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정기적으로 대장 검사를 하는 게 좋다.

    —그동안 비타민C는 중요하다고 주목을 받았지만 비타민D는 그렇지 않았던 것 같은데요.

    “비타민C는 수용성 비타민인데, 항산화효소에는 필수요소이지만 항산화 역할을 직접 하진 못합니다. 수용성이기 때문에 세포 속을 뚫고 들어갈 수 없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비타민D는 지용성입니다. 세포 내로 직접 들어가서 암을 억제할 수 있는 것이지요. 비타민C가 부족한 사람은 한국인 중엔 하나도 없다고 봐야 됩니다. 과일, 야채를 전혀 안 먹어야 가능한 일이죠. 그런데 비타민D는 우리나라 사람들 모두 만성적인 부족 상태예요. 이게 문제입니다.

    이미 식단은 선진국처럼 기름진 음식 위주로 변했는데 비타민D는 충분히 섭취하고 있지 않잖아요. 국민 대다수가 햇볕을 제대로 쐴 수 없는 생활을 하면서도요.”

    —비타민D는 어떤 식으로 보충을 해야 하나요?

    “태생적으로 비타민D를 갖고 있는 식품이 있어요. 버섯이 가지고 있고요, 또 하나는 생선기름이에요. 꽁치나 고등어 같은 등 푸른 생선의 기름에 비타민D가 많다고 합니다. 플랑크톤이 비타민D를 합성하는데 이 플랑크톤을 물고기가 먹잖아요. 생선기름의 단점은 그 안에 중금속이 많다는 점입니다. 비타민D에는 D2와 D3가 있어요. D2는 버섯 같은 식물에서 유래한 비타민D를 뜻해요. 비싸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D3는 동물성이에요. 소나 돼지를 많이 먹잖아요. 소나 돼지의 피부 밑에 있는 지방에 UVB를 내리쬐면 그 속의 콜레스테롤이 깨지면서 D3가 생겨요. 엄청나게 저렴한 가격으로 대량 생산할 수 있다는 게 장점입니다. 어차피 D2가 사람의 몸속에서 사용되려면 간에서 D3로 변해야 합니다. D3만으로도 충분한 거죠.”

    암 환자와 임산부는 꼭 먹어야

    —햇볕을 잘 못 쐬는 일반적인 한국인이라면 비타민D를 얼마나 먹어야 할까요.

    “일단 알아두어야 할 것은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햇볕을 쐬는 건 아무 도움이 안 된다는 점입니다. 피부만 더 늙을 뿐이에요. 자외선차단제를 바르고 햇볕을 쐬도 비타민D가 생기질 않습니다. 우리나라 여성분들 자외선차단제 열심히 바르잖아요. 그런 생활습관을 고려하면 결국 보조제를 먹어야 한다는 결론이 나와요.

    비타민D의 혈중농도를 표시하는 단위는 ng/ml(나노그램 퍼 밀리리터)예요. 나노그램이기 때문에 몇천이라 하더라도 결코 많은 양이 아닙니다. 비타민C는 밀리그램 단위로 먹지요. 비타민D의 혈중농도는 최소한 32ng/ml 이상 되어야 해요. 32~100ng/ml를 정상 수치로 봅니다. 흑인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한 연구결과가 있어요. 2000유닛을 줬는데 50퍼센트만 흡수가 됐어요. 2000유닛을 먹었더니 겨우 필요한 최소한의 농도에 도달한 거예요.

    현재 일반적으로 알려진 비타민D의 일일 권장복용량은 400유닛이에요. 너무 낮아요. 저는 비타민D 부족증 환자들에게 여름에는 하루에 2000유닛, 겨울엔 4000유닛을 복용하라고 권합니다. 비타민D는 위장 장애를 전혀 일으키지 않아요. 빈속에 복용해도 문제가 없고, 용량이 많다고 하루에 몇 번으로 나눠 먹을 필요도 없습니다. 비타민D는 지용성이라 우리 몸에 있는 지방세포에 먼저 저축되기 때문에 오늘 비타민D를 많이 복용했다고 혈중농도가 갑자기 올라가거나 하지 않아요. 복용 후 3개월이 지난 후에 다시 검사를 받아 복용량을 조절할 수 있는 거죠.”

    —비타민D의 일일 권장복용량이 낮게 책정된 이유가 뭘까요.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비타민 권장복용량을 만든 사람들이 누굴까요. 미국에 사는 백인들입니다. 이들이 학계의 소위 ‘주류’잖아요. 비타민D 같은 경우 인종별로 다른 요소가 있다는 걸 고려하지 않고 백인들 위주로 책정한 게 아닌가 싶어요.”

    —비타민D를 신경 써서 먹어야 하는 사람들이 있을까요.

    “암 환자들은 꼭 챙겨서 먹어야 해요. 항암치료 중이라도 상관없습니다. 임산부들에게도 중요합니다. 자폐증의 원인은 아직 확실하게 규명되진 않았는데요, 비타민D 부족이 자폐증의 원인 중 하나라는 연구결과가 있습니다. 엄마 배 속에 있을 때나 아주 어릴 때, 비타민D가 부족하게 되면 뇌세포가 정상보다 많이 파괴돼 자폐증 등 뇌기능 장애가 발생한다는 겁니다.

    치매 환자도 마찬가지입니다. 비타민D를 충분히 복용했더니 증상이 호전됐다는 연구결과가 있어요. 혈중 비타민D 농도가 충분한 사람의 뇌를 MRI로 관찰하면 뇌가 아주 건강해 보여요.”

    —비타민D의 역할이 한두 가지가 아니군요.

    “미국 병원 응급실에서 관찰해 보면 흥미로운 사실을 알 수 있어요. 흑인들은 심장마비가 오면 80%가 죽습니다. 백인은 80%가 살아나요. 그 이유 중 하나도 비타민D로 볼 수 있겠지요. 비타민D가 많으면 혈액순환이 잘 되고 비타민D가 없으면 혈관이 수축됩니다. 비타민D의 역할이 무궁무진하지요. 그래서 비타민이 아니라 호르몬이라고 불러야 하는 거 아니냐는 말도 있어요. 우리 몸에 선택적이 아니라 필수적인 영양소라는 뜻이지요.

    “이제 건강검진 때 비타민D 수치도 검사해야”

    인터뷰 도중 임 박사 옆에 앉아 있던 이은경 박사가 자신의 경험을 털어놨다. 임 박사의 부인인 이 박사 또한 연대 의대를 졸업한 전문의다.

    “제가 사고를 한번 당했어요. 계단에서 굴러서 머리 쪽을 다쳤지요. 그 후 후각을 잃어 냄새를 전혀 맡을 수 없었어요. 그런데 비타민D를 꾸준히 복용했더니 어느 순간 후각이 돌아왔어요. 놀랍지요. 지금은 거의 정상 수준으로 회복됐습니다. 기억력도 마찬가지예요. 그전에는 구름이 낀 것처럼 멍했는데 비타민D를 충분히 복용한 후에는 기억력이 전보다 좋아진 느낌이에요.”

    이들은 입을 모아 ‘이제는 국가가 나서야 된다’고 말했다. 임 박사의 말이다.

    “한국 사회에서 암이 중요한 화두가 되지 않았습니까. 텔레비전을 틀면 암보험 광고가 수도 없이 나오더군요. 미국에서는 우유나 주스에 비타민D를 100유닛 이상 넣도록 법으로 정해 놨어요. 이렇게만 해도 어린이나 청소년들 사이에 구루병 등 비타민D 부족으로 인한 질병의 발병률이 많이 줄었다는 연구결과가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고려해 볼 수 있어요. 만약 정부가 나서서 최소한 1000단위 정도 비타민D를 섭취하게 하면 암 발병률은 상당히 떨어질 겁니다. 비타민D는 가격도 비싸지 않아요. 이런 방법이 있겠지요.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일정 연령 이상의 국민들에게 건강검진을 제공하잖아요. 이때 비타민D 수치도 함께 검사하는 거예요. 비타민D의 혈중농도를 검사하는 게 예전에는 비용이 많이 들고 어려웠는데 요즘엔 그렇지 않거든요.

    사실 더 심각한 건 청소년이나 청년층이에요. 하루종일 학교나 학원을 돌며 실내에만 있잖아요. 여성들의 경우 다이어트를 하면 더욱더 비타민D가 모자랄 거고요.

    이런 실험을 한 적이 있어요. 아이들을 두 그룹으로 나눠서 한 그룹에는 비타민D 4000유닛을 먹이고 다른 그룹은 플라세보, 즉 별 효과가 없는 보조제를 먹였어요. 자신들이 뭘 복용하는지 모르게 하고요. 한동안 이렇게 복용하게 한 후 평가를 했더니 비타민D를 복용한 그룹의 아이들이 더 근력도 세지고 시험 성적도 더 좋아졌다는 결과가 나왔어요. 국가 프로젝트로 연구를 진행해 볼 수 있습니다. 비타민D의 효능이 증명이 되면 국민들이 비타민D를 최소한 필요한 만큼은 복용할 수 있도록 지원을 할 수 있겠지요. 암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얼마나 큽니까. 정부가 나서야 돼요.”

    임 박사와 인터뷰를 마치고 건물 밖으로 나왔다. 머리 위로 쏟아지는 초가을의 햇살이 갑자기 더없이 반갑게 느껴졌다.